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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 사상

제인 구달, 자연으로 돌아가다: 마지막까지 특별했던 삶

by 모모3 2025.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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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일,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이자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Jane Goodall)**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연사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91세. 그녀는 연설 투어 중이었고, 죽음의 순간까지도 자신이 사랑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사망 소식은 전 세계에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단순한 과학자가 아니라, 깨달은 보살 같은 존재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인구달이 침팬치와 나란히앉아있는 모습
제인구달과 침팬지

 

침팬지와의 특별한 만남

제인 구달은 1960년,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26세의 젊은 연구자로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에 도착했습니다. 그녀는 다른 과학자들과 달리 침팬지에게 번호가 아닌 이름을 붙였고, 그들의 개성과 감정을 인정했습니다. 이런 접근은 당시 학계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후에는 동물행동학의 혁신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녀가 발견한 도구 사용, 사회적 관계, 감정적 지능은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침팬지에게도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그녀는 침팬지들이 키스하고, 포옹하고, 손을 잡고, 등을 두드리는 모습, 그리고 폭력적이고 잔인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사랑스럽고 이타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침팬지들이 키스하고, 포옹하고, 손을 잡고, 등을 두드리는 모습, 그리고 폭력적이고 잔인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사랑스럽고 이타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1974년부터 1978년까지 4년간 벌어진 "곰베 침팬지 전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카사켈라 공동체의 침팬지들이 분리된 카하마 공동체의 수컷들을 조직적으로 습격하여 모두 살해했고, 구달은 이 과정에서 침팬지들이 피 묻은 얼굴을 한 채 피해자의 피를 마시고, 사지를 비틀어 떼어내려 하며, 이빨로 피부를 찢어내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구달은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침팬지들이 많은 면에서 인간과 놀랍도록 유사하면서도 대체로 우리보다 '더 나은' 존재라고 믿었는데, 갑자기 특정 상황에서는 그들도 똑같이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두 암컷 침팬지가 같은 공동체 내 다른 암컷들의 새끼를 죽여 먹는 식인 행위도 관찰되었습니다. 

폭력성을 목격한 후 구달의 깨달음:

몇 달 동안 밤마다 잠에서 깨어 피로 입술을 적신 침팬지들, 희생자의 뼈를 비틀고 부러뜨리는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구달은 결국 중요한 깨달음에 도달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공격적 성향을 물려받았습니다. 세상을 둘러보면 우리가 극도로 잔인하고 공격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랑, 연민, 이타심의 성향도 물려받았습니다. 왜냐하면 그것들도 침팬지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내면에는 어두운 면과 고귀한 면이 있습니다. 어느 것을 억누르고 어느 것을 발전시킬지는 우리 각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구달은 더 나아가 이렇게 성찰했습니다. "침팬지들은 잔인하고 공격적인 행동보다 훨씬 더 많은 보살핌과 연민, 이타적 행동을 보여줍니다. 인간만이 고통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다른 생명체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할 수 있습니다. 우리만이 악을 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영원히 악한 유전자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리는 다른 어떤 생명체보다도 원한다면 우리의 생물학적 본성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이 경험은 구달에게 침팬지에 대한 환멸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 모두가 가진 복잡성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해는 평생에 걸친 보호 활동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삶 자체가 메시지였던 사람

구달은 단순히 연구자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1977년 제인 구달 연구소(Jane Goodall Institute)를 설립했고, 1991년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 Roots & Shoots를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Roots & Shoots는 70개국에서 활동하며 젊은이들이 지역사회, 동물, 환경을 위한 실천적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녀는 두 번의 결혼을 경험했습니다. 1964년 네덜란드 귀족이자 야생동물 사진작가인 휴고 반 라빅(Hugo van Lawick)과 결혼하여 1967년 아들 휴고를 낳았지만 1974년 이혼했고, 1975년 탄자니아 국립공원 책임자였던 데릭 브라이슨(Derek Bryceson)과 재혼했습니다. 하지만 브라이슨은 1980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 후 구달은 재혼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적합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남자 친구도 많았고, 여자 친구도 많았어요. 내 삶은 충만했습니다. 남편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제인구달 옆 얼굴 파스텔화
제인 구달

 

깨달은 보살 같은 존재

제인 구달을 보면, 그녀는 단순히 과학자가 아니라 자연과 교감하며 살아간 수행자에 가까웠습니다.

  • 집착하지 않는 삶
  • 연민과 자비로 이어진 활동
  •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태도

그녀가 남긴 명언은 이 삶의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Every individual matters. Every individual has a role to play. Every individual makes a difference."

(모든 개인은 중요하다. 모든 개인은 역할을 한다. 모든 개인은 변화를 만든다.)

"Only if we understand can we care. Only if we care will we help. Only if we help shall they be saved."

(우리가 이해할 때만 관심을 가질 수 있고, 관심을 가질 때만 도울 수 있으며, 도울 때만 그들이 구원받을 수 있다.)

이 두 문장은 구달의 내적 힘이 연민과 지혜, 그리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철학에서 비롯되었음을 잘 보여줍니다.

생의 마지막까지 받은 영예

2025년 1월 4일, 제인 구달은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최고의 민간인 영예인 대통령 자유 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수여받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제인의 행동주의, 비전,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글로벌 운동을 동원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우리가 자연 세계에서 인간성을 찾을 때, 우리 자신 안에서도 그것을 발견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망 당일 아침, 그녀는 캘리포니아 학생들과 만나 산불로 황폐해진 언덕에 나무를 심을 예정이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실천하며 살았던 그녀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남겨진 울림

제인 구달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의 메시지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거대한 생명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그녀의 말은, 지금의 인류가 반드시 새겨야 할 가르침일 것입니다.

영국 윌리엄 왕세자는 "그녀의 끝없는 호기심, 연민, 그리고 개척 정신은 자연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변화시켰습니다. 그녀는 우리 모두에게 변화를 만들라고 도전했고, 저와 수많은 사람들이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일하도록 영감을 주었습니다"라고 추모했습니다.

해리 왕자와 메건 공작부인은 "제인 구달 박사는 비전을 가진 인도주의자이자, 과학자이며, 지구의 친구이자 우리의 친구였습니다. 그녀는 우리 아들 아치가 태어났을 때 안아주었고, 그녀를 알 특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랑과 보살핌을 베풀었습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그녀가 남긴 연구와 활동, 그리고 그 눈빛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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